#1
여행을 오면서 렌트한 자동차를 운전하던 친구가 갓길에 차를 세우며
스쳐 지나온 이국적 풍경을 하나도 눈에 담지 못하고 졸던 나를 깨운다.
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며 바라본 차창 밖 풍경은 정말 상상도 못 한
하얀 모자를 눌러쓴 아름다운 설산 모습이었다.
가깝게 보이지만 아주 먼 곳에 있는 9월의 설산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.
"정신 차렸으면 카메라 챙겨서 내리지"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기던 친구가
멍하니 차창 밖을 보고 있는 나를 향해 한마디 던진다.
카메라를 챙겨 차에서 내리는 나를 건조한 바람과 오후의 햇살이 반긴다.
설산 병풍 두르고 길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를 향해 친구와 나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.
조금은 흥분된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다가 카메라를 내리고 바라본 풍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.
목초지의 이름 모를 풀들을 사정없이 좌우로 흔들어 초록을 털어내어 갈색으로 변해가게 만든 건조한 바람에
마냥 편안하게 목초지를 누비고 있을 줄 알았던 양떼들도 바람 따라 떠났는지 보이지 않는다.
드넓은 목초지에 홍일점으로 있어야 할 양가 없으니 뭐가 허전한 풍경사진이 될 수 있을 거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든다.
완벽한 여행에 완벽한 여행사진 글쎄....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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